이 영 희 : 회 복
그림은 나에게 말을 건다.
그 말은 이미지로 다가오며, 이미지 보다 먼저 색으로써 나를 움직이게 한다.
나는 색을 사랑한다.
결국 그리는 행위는 “무엇을 어떻게 그릴까?”로 귀결된다.
이 화두는, 순간 떠오르는 천재들의 영감이 아닌, 나의 작은 소박한 감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창작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발견의 연속이라 생각한다.
“해 아래는 새것이 없다”고 솔로몬은 말하지만,
바로 ‘지금 여기’에서 나의 마음을 감동시켜주는 모티프를 찾고자 한다.
집에서 접하는 화초들을 보며,
잠재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었던 어릴 적 자연 속의 나를 끄집어내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너무 현실 속에 묻혀 나의 감성을 잊고 살았나 보다.
지난날의 기억들은 내가 그림을 그리고 색을 사랑하며 즐기게 된 근원이 아니겠는가.
결국 자연에게서 그림을 배우게 됨을 너무 늦게 깨닫는가 보다.
내 그림의 핵심은 이원성(duality)이고,
이것은 헤르만 헷세의 「지와 사랑」으로 시작했었다.
둘이 있을 때 하나만의 존재는 슬프다.
세상은 서로 다른 것이 공존할 때 아름답다.
그 공존의 중심은 내 그림 속의 가장자리이며, 그것은 나만의 질서다.
그 동안 그려왔던 역동적인 구조와 선들을 지금은 가장자리로 묻었다.
가장자리는 결국 그림의 주제를 받쳐주는 기본 장치이다.
또한, 그림을 지워주는 집이기도 하고, 감성을 끌어안은 이성의 틀이기도 하며,
나의 이상을 실현하는 꿈과 희망이며, 나의 신앙으로서의 출구이다.
이제 봄이다. 나는 이 봄맞이를 위해 색을 갈아입고 나왔다.
-이영희 작가노트-

